2013. 10. 22.

오늘 세 번의 연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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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턱에서 한 여인과 마주쳤다.
요즘엔 거짓말처럼 생긴 여인들이 어쩜 이리 많을까.
솜사탕으로 두들겨 맞은 듯이 가슴한 자락이 먹먹했다.
곧이어 어둠속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나는 그녀와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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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로부터 지친 내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자몽맛 막걸리한캔과 컵라면을 사들고 나왔다.
길거리에 퍼질러앉아 막걸리 반캔을 들이켜 부은다음 라면을 먹었다.
몸이 따듯해지자 코끝이 찡해지면서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별이 울타리 10 cm 위에 어려있었다.

바람이 분다. 낙엽이 발을 질질끌고 나무가 흔들린다.
별이 바람이 흔들린다. 그때 가슴에 무언갈 품은 검은 여인이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내려가고있었다. 길건너 나를 쳐다본다.
넋을 잃었다. 내가. 아니 그녀가 넋을 잃은듯 했다.
10 m 남짓 떨어진 거리였지만 어둠에서 이목구비를 확인할 수 있었고,
키는 168 cm 가량 마른 체형의 긴 생머리를 가졌다.
전신을 훑었다.
조금은 추워보이는 메쉬 롱스커트와 검정색 가디건 그리고 검정색 두꺼운 스타킹에
새것처럼 보이는 자주색 아디다스 스니커즈.
분명 이곳과는 맞지않은 복장이었고, 상황을 직감했다.
어깨가 쳐져있었고, 나는 고개를 바로하자 별이 울타리 밑으로 떨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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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벤치 옆자리에 어린 남학생이 앉아있었고,
나는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곧 남학생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잠깐 얹고는 가버렸다.
그녀와 난 눈이 마주쳤다. 당황했다.
얼굴 생김도 채 읽을 수 없을만큼 짧은 시간동안 내 눈빛은 흔들려 버렸다.
같은 버스를 탔다. 그녀의 옆에 섰다.
그녀가 나를 쳐다 보는 듯 했고 고개를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술기운인지 모르겠지만, 아니 몰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말을 건내고 싶었고, 쪽지라도 건내고 싶었다.
나는 불안했고, 버스가 서자 그녀가 내렸다.
나는 그녀와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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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버스에는 또 다른 미인들이 자리에 있었다.
무릎 밑으로 내려진 겨자색 니트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발과 종아리가 예뻤다.
얼굴마저도 앵두같았다.
그녀의 약지에 금반지가 걸려있었다.
난 그녀와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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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내 역에서 하차를 하려 몸을 돌리는데, 아뿔싸.
또다른 니트, 회색 미니원피스를 입은 여인의 곧은 두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황홀했고, 잠시였지만 이별한 금반지의 그녀와 비교했다.
난 금반지의 그녀와의 이별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에 섰다.
애띈 얼굴의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뻔한 시나리오였다.
맞은편 두명의 남자가 서 있었고, 신호가 바뀌가 나는 쏜살처럼 지나쳐왔다.

오늘 나는 세번째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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