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0.

착각

너는 무언가가 될 수 없다.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다.
무언가, 어떤것으로 정의하고 싶진 않다.

너는 무언가가 되고자 하는 순간
내게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그냥 너는 어떤, 아무것도 될 수 없길바라는
마음 뿐이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너는 그냥 너로 남아있어야 우리에겐 그나마 들숨 날숨이 편할지도
모른다.

사이라는 것은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운명이다

익숙함

바람도 살결에 닿아서
두 눈 맹한 지점에 코끝도 같이 뭉글어지는
때가 있다.
그냥 허욱, 하고 토하는 듯
한숨이 길게 내쉬어지면
다리를 그냥 놓아버리고 하릴없이 주저 앉아 두 눈만 날카로운 바람에
띄워지는 그 때가 있다.

숨은 쉬어 무엇하나,
드는 생각은 아무 소용없어지고
그냥 귓 등에 소리만 얹혀지고는
스치는 바람이 가슴에 와닿는 때가 있다.
그런 때가 하나 둘 늘어 간다.
나는 그 때를 알고 있고,
늘어 가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어렴풋이 알아지는 듯 하다.

심장 여기쯤인가, 
훅 하고 불어내면 바람에 쓸려지듯
훅 불어내 버리고 싶다.

무언가가 어떤 그런 마음을

2013. 5. 8.

살찐이

어릴적에 나보다 큰,
누런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다.
늘 내 곁에만 있던 녀석이 언제부터
구석으로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일같이 우유를 가져다 주었고
스담아 주었고 올라타기도 했다.

이마에 땀에 맺히는 걸 봐선
여름 어느 때 쯤 이었나 보다.
너는 온데 간곳 없었고
밥 그릇은 말라 있었다.

나는 아직도 널 그리워할
여력이 남아 있진않다.